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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경 벗은 근시안

by 로드미 2020. 11. 3.

누구를 끌어당길 듯이 두 팔을 벌이고 안경 벗은 근시안으로 잔뜩 한 곳을 노리며 그 굴비쪽 같은 얼굴에 말할 수 없이 애원하는 표정을 짓고는 ‘키스’를 기다리는 것같이 입을 쭝굿이 내어민 채 사내의 목청을 내어가면서 아깟말을 중얼거린다. 그러다가 그 넋두리가 끝날 겨를도 없이 급작스레 앵돌아지는 시늉을 내며 누구를 뿌리치는 듯이 연해 손짓을 하며 이번에는 톡톡 쏘는 계집의 음성을 지어, “난 싫어요. 당신 같은 사내는 난 싫어요.” 하다가 제물에 자지러지게 웃는다. 그러더니 문득 편지 한 장을(물론 기숙 생에게 온 ‘러브 레터’의 하나) 집어들어 얼굴에 문지르며, “정 말씀이야요? 나를 그렇게 사랑하셔요? 당신의 목숨같이 나를 사랑하 셔요? 나를, 이 나를.” 하고 몸을 추스르는데 그 음성은 분명히 울음의 가락을 띠었다.